전세권 설정은 꼭 해야 하나요?
한여름 불볕 더위도 끝나고, 결혼 시즌이 다가와서 그런지 전세집을 찾는 문의가 많아지기 시작한다.(필자는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고 있다.) 뭐, 봄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고 계약금을 걸기 전,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혹시 대출은 얼마나 잡혀 있나요?"다. 당연히 물어봐야 하고,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매매 금액의 70~90%에 근접하는 전세금이니 대출이 있으면 안된다, 절대. 모든 전세금을 날리지는 않겠지만 일정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건물의 매매가와 전세가에 따라 안전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대출이 잡혀 있는(근저당권이 설정된) 집은 계약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다음 질문. "전세권 설정 가능하죠?" 당연히 가능하다. 임대인이 전세권 설정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내 돈주고 설정을 한다는데 반대할 임대인은 없다.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런 집은 계약하지 마라. 뭔가 구리다. 조금이라도 구린내가 나는 계약이라면 나 같으면 안 한다.
아,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이 글을 찾아보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주거용 건물에 대한 전세 계약 시 궁금해서 찾아보는 거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호실에 대출이 없고, 내가 직접 거주할 계획이라면 굳이 전세권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
단, 두 가지 조건은 꼭 충족해야 한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필히 받아야한다.
전입신고는 해당 건물 소재지 동사무소에서 가능하다. 계약서와 신분증만 가지고 가면 된다. 따로 비용이 필요하지도 않다.
가는 김에 확정일자도 같이 받자. 계약서에 확정일자라고 적힌 도장을 하나 찍어줄 것이다. 비용은 600원이다.
확정일자는 등기소에서도 받을 수 있다. 가까운 등기소를 검색한 후 계약서만 가지고 방문하자. 비용은 똑같이 600원이다.
전세금이 1억이라면 설정 비용은 5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비싼 돈 주고 맡길 필요가 없다. 돈이 많고, 내가 전세권자라는 걸 등기부등본을 통해 꼭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면 하면 된다. 안 할 이유도 없다는 말.
물론 전세권 설정을 한 것과 안 한 것은 차이가 있다. 허나, 과연 그 비용만큼의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인데... 나라면 그 돈으로 맛있는 소고기라도 사 먹겠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내가 말한 두 가지 조건만 지켜진다면 전세권 설정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점 기억하시라.
혹시 벌써 전세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확정일자를 안 받았는가? 걱정 안 해도 된다. 내가 이사온 날보다 먼저 설정된 대출이나 임차인이 없다면 전입신고만으로 충분하다. 일명 '대항력'이라는 것인데... 자세한 건 하나씩 차차 포스팅하도록 하겠다.